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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인터뷰, 퀸 엘리자베스 우승 바리톤 김태한 축하

by 지식일개미 2023. 6. 5.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조수미 씨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에게 축하인사와 함께 당부의 말을 전하는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김태한의 우승 소식과 함께 조수미 씨의 인터뷰 내용을 전합니다.

 

조수미-콩쿠르-우승자들
조수미와 김태한을 비롯한 콩쿠르 우승자들(벨기에 한국문화원 제공)

 

 

 

바리톤 김태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세계적인 권위인 퀸 엘리자베스 2023년 콩쿠르에서 한국의 바리톤 김태한(22세)이 최종 우승하였습니다. 매년 바이올린-피아노-첼로-성악 순서로 개최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작년 첼로에 이어 금년은 성악부문이었는데 여기서 한국인 출전자 바리톤 김태한이 최종 우승하였습니다.

 

김태한은 결선에서 총 4곡을 연주하였습니다. 바그너의 "오 나의 사랑스러운 저녁별이여(탄호이저)", 말러의 연가곡 "내 가슴속에는 불타는 칼이", 코르골트의 "나의 열망, 나의 집념(죽음의 도시)", 마지막 곡으로 베르디의 "칼를로가 듣는다, 나는 죽어가고 있어(돈 카를로)"입니다. 특히 마지막곡은 이탈리아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부르는 전략을 선택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이번 대회 최종 결선에는 한국인이 3명이나 진출하였는데 이중 김태한의 우승에 이어 5위로 정인호(31세, 베이스)가 입상하였고, 다니엘 권(30세, 바리톤)은 최종 결선진출자이나 6위안의 입상자 명단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우승자 김태한은 12명의 결선 진출자 중 최연소 출전자입니다.

 

 

 

콩쿠르-본선무대-김태한
본선무대에서 노래하는 김태한(보도 유투브 캡처)
김태한-콩쿠르-본선무대-열창
콩쿠르 본선무대에서 열창하는 김태한(보도 유투브 화면 캡처)

 

조수미 인터뷰 내용

이번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조수미는 "나도 콩쿠르에서 여러 번 우승했는데, 내가 우승한 것보다 더 기쁘다"며 "우승자뿐만 아니라, 결선에 진출한 한국 성악가 3명 모두 너무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이번 우승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니 자만해선 안된다"며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정신을 바짝 차려서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심사의 공정성을 위하여 심사 중에는 심사위원 간에도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금지하는 등 엄격하게 보안을 유지하였고 각자가 매긴 점수표를 제출하는 것으로 심사를 진행해서 최종 발표 직전에야 조수미도 결과를 알았다고 합니다. 심사과정의 에피소드와 심사위원들의 반응에 대해서 "당연하다고 했어요. 다들 거의 만장일치로..."라며 "제가 생각하기에는 나이가 굉장히 어린데도 진정성 있게 노래를 한 게 심사위원들에게 큰 감동을 준 것 같다", "원더풀 퍼포먼스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수미-무대-연주
조수미

 

김태한 인터뷰 내용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김태한은 "저는 남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대회를 준비하면서 하나도 떨리지 않았어요. 최선을 다해 무대를 즐기고 내려오는 게 목표예요. 앞으로도 행복하게 음악 하고 싶습니다."며 당찬 모습과 포부를 밝혔습니다.

 

마지막곡인 베르디의 곡을 이탈리어아가 아닌 불어로 부른 이유에 대해서는 "여기(대회가 열리는 벨기에)가 불어권이기도 하고, 베르디의 '돈 카를로'로 원래 버전이 불어"라면서 "베르디가 프랑스의 부탁을 받아 작곡한 뒤 크게 성공하면서 이탈리아어로 번역을 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곡의 마지막 소절이 '플랑드르를 구해달라'는 의미인데, 플랑드르가 벨기에 땅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습니다. '플랑드르'는 벨기에의 북부 지역인 블란데런의 불어 표기라고 합니다. 이것으로 김태한이 얼마나 철저하게 작품분석을 하고 대회를 준비하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대회 중 연주할 때 '완벽에 가까운 발음'도 주목을 받았는데, "외국인으로서 외국어 노래를 하면 듣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게 최우선적인 목표라고 생각해서 딕션(발음)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정석대로 하면 국제음성기호상 발음 기호를 공부하는 건데, 그것 역시 (실제 발음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원어민의 노래를 많이 듣고, 세세하게 따라 해 보곤 합니다"며 평상시의 치밀한 준비를 알려 왔습니다.

 

이외에도 "음정, 박자만 익히는 데 국한하지 않고 시를 분석하고, 시인에 관해 공부하는 등 곡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공부를 많이 했다"라고 본인이 성악을 공부하는 자세에 대해서 언급하며,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김태한의 성악전공 여정과 포부

김태한은 중3 때 성악을 시작하여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했습니다. 현재는 국립오페라단 전문가 과정을 밟고 있는  순수국내파 성악가입니다. 직전 4년간 사사한 바리톤 나건용 교수를 '저희 선생님'이라고 인터뷰에서 칭하며 각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롤모델 역시 나건용 교수라고 밝혔습니다.

 

처음엔 록 가수가 하고 싶어서 음악 공부를 시작했지만 어머니의 권유로 중3 때 성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선화예고를 진학하면서 비슷한 전공친구들을 만나면서 "시너지가 생겨서 꿈을 더 키우게 되었다"라고 합니다.

 

미래에 대해서는 "9월부터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의 '영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됐는데, 조연・단역부터 해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나가려고 한다"며 가장 해보고 싶은 배역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피카로'역할이라고 합니다. "바리톤에게는 꿈같은 역할인 피가로 역할을 정말 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저한테 음이 많이 높아 아리아에 도전했다가 여러 번 좌절했어요. 그래도 제가 아직 어리니까 나이가 좀 차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도전의식을 표현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수상의 의의와 역대 한국인 수상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폴란드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와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경연대회로 꼽히는 대회입니다. 신진 음악가들에게는 유럽 무대를 넘어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자신을 알리는 일종의 '등용문' 같은 대회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매년 바이올린-피아노-첼로-성악 순으로 돌아가며 개최되고, 콩쿠르라는 것이 여러 날에 걸쳐 예선과 준결선, 결선 무대가 펼쳐지기에 실력은 물론 그날그날의 컨디션에도 영향받기 때문에,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자 실력의 상징입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피아노 부문에서 1991년 백해선이 4위, 2003년 임동혁 3위(했으나 편파판정을 제기하며 수상거부함), 2016년 한지호 4위에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1976년 강동석 3위, 1985년 배익한 2위, 2009년 김수연 4위, 2012년 신현수(신지아로 개명) 3위, 2015년 임지영 1위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폐지된(2012년 폐지됨) 작곡분야에서는 2008년 조은화 1위, 2009년 전민재 1위를 하였고, 이번에 김태한이 우승한 성악부문에서는 2011년 소프라노 홍혜란이 1위(동양인 최초 우승), 2014년 황수미(소프라노) 1위를 하였고 김태한은 이번 우승으로 동양인 남성으로는 최초 우승입니다. 마지막으로 첼로 부문에서는 작년 2022년에 최하영이 1위를 함으로써 한국이 작년과 금년 연속 2년 우승을 하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경사에 축하를 보냅니다.